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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동향2026. 6. 3.·전병욱

일본과 유럽의 AI 저작권 대응 비교

AI 저작권을 둘러싼 규제 논쟁에서 일본과 유럽은 가장 대조적인 두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쪽은 AI 학습 데이터 사용에 사실상 무제한 자유를 허용했고, 다른 한쪽은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법을 시행했습니다. 도서 출판사 입장에서 이 두 체제는 단순한 법률 차이가 아니라, 앞으로 AI 라이선싱 협상의 지형을 결정할 구조적 차이입니다.

일본 모델: '학습은 자유, 출력은 규제'

일본 저작권법 제30조의4는 AI 학습 목적의 저작물 사용을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허용합니다. 2018년 개정 당시 AI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도입된 이 조항은, 결과적으로 도서를 포함한 모든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출판사가 이의를 제기할 법적 수단이 사실상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일본 내부에서도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대로 일본 출판업계는 자체 AI 저작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입장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일부 아동도서 출판사는 Open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법이 허용하더라도 산업 차원의 반발은 다른 문제입니다. 일본 출판사들이 선택한 경로는 소송보다는 자율규범과 협상 — 즉 라이선싱 계약을 통한 수익화입니다.

EU 모델: '투명성 의무'가 열어준 협상 공간

유럽연합의 AI Act는 2024년 발효되어 단계적으로 시행 중입니다. 도서 출판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조항은 '저작권 준수 의무'와 '학습 데이터 공개 요건'입니다. AI 모델 제공자는 저작권 보호 저작물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한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하며, 저작권자의 opt-out 요청을 수용하는 절차를 갖춰야 합니다.

이 조항의 실질적 의미는 협상력의 재분배입니다. AI 기업이 어떤 도서를 학습에 사용했는지 공개해야 한다면, 출판사는 자신의 콘텐츠가 이미 사용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국 출판사들이 AI 저작권 면제 폐지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인 배경에는, EU가 만들어낸 투명성 규범이 영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출판사 협회들은 AI Act의 데이터 공개 조항을 근거로 AI 기업과의 라이선싱 협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출판사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 일본 시장을 겨냥한다면 법적 보호보다 계약 협상이 현실적인 수단입니다. 법이 허용한다고 해서 출판사가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 EU 규정은 학습 데이터 공개 의무를 만들었지만, opt-out 이후의 구체적인 보상 체계는 여전히 불명확합니다. 라이선싱 계약이 그 공백을 채웁니다.
  • 두 모델 모두 출판사가 개별적으로 협상하기에는 정보와 협상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집단 라이선싱의 필요성은 일본에서도, 유럽에서도 동일합니다.
  • 한국은 아직 명확한 입법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일본 모델과 EU 모델 중 어느 쪽을 참조하느냐에 따라 국내 출판사의 협상 조건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규제가 없는 곳에서도 협상은 가능합니다. 규제가 있는 곳에서는 협상이 더 유리해집니다. 출판사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일본과 유럽의 사례가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규제 환경과 무관하게 라이선싱이 출판사의 핵심 대응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입니다. 멘탯의 출판사 서비스는 규제 환경이 다른 여러 시장에서 출판사가 AI 기업과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일본식 자율협상이든 EU식 투명성 기반 협상이든, 협상 테이블에 앉기 위한 준비는 지금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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